물처럼 바람처럼/명상,호흡법

몸의 독을 밖으로 내보내기

걍~태수 2012. 9. 18. 10:01

몸의 독을 밖으로 내보내기

 

                               -최상용 -

 

당신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운동법을 소개받고 또한 시도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는지, 그 성과는 어땠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만족할 만한 답을 선뜻 꺼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빚어졌는지 고민해 본적은 있는가! 가장 먼저 떠오른 핑계는 ‘시간 없음’과 ‘장소’를 내세울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 없음’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당신이 매일 밤 의례처럼 행하는 잠자리에서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심신계발법이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아마도 솔깃함과 함께 구미가 당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당신에게 소개할 ‘잠의 마법’이란 수면시간을 통해 심신의 이완과 함께 건강성을 확보하고 자기계발은 물론 스스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당신은 되물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간편한 방법이 있었다면 세상 사람들이 왜 몰랐을까요? 하고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천 년여 동안 그 실행법의 핵심내용이 비밀리에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어 왔기 때문이다.

 

희이 진단(陳摶: 872-989)이 창안한 ‘잠의 마법: 睡功法’의 핵심은 바로 도가(道家)에서 오래전부터 심신수양법으로 각광받아온 복기(服氣)와 벽곡(辟穀)을 수면에 응용한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근거는 『송사 ・ 진단전』에 “진단은 복기와 벽곡 수련으로 20여 년을 지내면서도 하루에 술 서너 잔만을 마셨다”는 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신은 도대체 복기와 벽곡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우주와 몸 안의 기를 소통시키는 법

 

호흡법인 복기는 달리 기를 운행시키는 행기(行氣), 어머니 뱃속의 태아처럼 숨을 쉬는 태식(胎息), 몸속의 묵은 탁기를 입으로 토해내고 새로운 우주의 기를 들이마신다는 토고납신(吐古納新)이라고도 불리는 등 다양한 이름을 달고 있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전국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12면체의 행기옥패명(行氣玉佩銘)에 보인다. 45자로 된 짧은 글이지만 호흡법에 관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진기를 운행하는 호흡이 깊어지면 기운행의 토대인 축기가 이루어지고, 축기가 이루어지면 온 몸으로 퍼져나가고, 퍼지면 하단전으로 내려가고, 내려가면 신(神)이 안정되고, 신이 안정되면 기(氣)가 확고해지고, 기가 확고해지면 단전에 진기의 싹이 트고, 순양(純陽)의 싹이 트면 자라나고, 다 자라나게 되면 몸 안의 음사(陰邪)가 물러나고, 물러나면 하늘과 같이 순양의 몸이 된다. 순양의 천기가 들고나는 혈은 몸 상부의 백회이며, 순음의 지기가 들고나는 혈은 몸 하부의 회음이다. 천지음양의 도리를 따르면 살고, 천지음양의 도리에 어긋나면 죽는다.”

 

삼라만상은 물론 인간은 천지음양의 기로 생성된 조화의 산물이다. 때문에 순음순양의 진기(眞氣)를 소우주인 인체에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건강의 유무는 물론 영적상태도 달라진다. 그 방법이 바로 호흡을 통해 진기를 받아들이는 복기법이다.

 

위진남북조시대의 도홍경(陶弘景, 456 - 536)은 복기법에 대해 그가 저술한 『양생연명록養生延命錄』「복기요병편服氣療病篇」에서 “생기를 마시고 사기를 토해내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범인은 복기를 할 수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습관처럼 쉬지 않고 천천히 온 몸으로 퍼지게 하는데,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토하는 이른바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로운 것을 들이마신다는 ‘토고납신’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복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수 없이 많다. 장소와 시간 그리고 행주좌와(行住左臥)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는 마음이 깨어 기의 운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 즉 처음엔 의념(意念)을 통해 유위(有爲)로 몸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한 다음 노자의 핵심사상이 된 무위(無爲)로 진행시키며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다.

 

당대의 도교학자인 사마승정(司馬承禎, 647 - 735)이 『복기정의론服氣精義論』에서 언급한 내용 중 누워서 할 수 있는 복기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본다.

 

“먼저 이빨을 상하로 부딪치는 고치법(叩齒法)으로 머리를 맑게 한 다음, 의복이나 허리띠를 풀고 양 손발을 적당히 벌려 몸을 편안히 하고 눕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숨결을 고른다. 그리고 난 뒤 호흡을 지켜보는데, 들이마신 기는 곧 폐로 유입되며 내쉴 때는 입술을 가볍게 벌려 천천히 묵은 기운을 토해낸다. 사람에 따라 호흡의 길이가 다른데 각자의 성향에 따라 조절해야지 결코 억지로 늘이려 해서는 안 되며 숨소리가 들려서는 오히려 기의 손실을 볼 수 있다. 또한 기를 끌어들여 마음속으로 셋을 셀 때까지 삼키는데, 만약 들여 마시는 게 길어지면 5-6회까지 세고, 일곱까지 셀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와 같이 하여 가득 참을 느낄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토해 낸다. 그리고 내 쉴 때는 그 기가 양 어깨를 따라 팔로 흐르게 하여 손끝까지 이르게 하고, 아래로는 위장을 거쳐 양 신장(콩팥)에 이르게 한 다음 몸통을 따라 양 발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발끝까지 미치게 한다. 이 때 피부에서는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법에 따라 기를 마시고 사지말단까지 보내게 되면 손발이 따스해지면서 몸 전체가 편안하게 이완되고 기의 소통이 원활해진다.”

 

복기를 하는 이유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의 끝인 손발까지도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오장육부는 물론 몸 전체를 조화롭게 하는데 있다. 이렇게 우주 에너지를 몸과 소통시키는 복기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사실 배고픔을 모른다. 음식을 보아도 구미가 당기지 않고 싫어진다. 그래서 『장자·소요유』에서는 신인(神人)의 경지를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과 같은 기를 들이쉬고 이슬을 마신다.”고 했다. 이와 같이는 아니더라도 사나흘정도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아야 단식법이라 할 수 있는 벽곡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다.

 

 

 

 

 

 

 

먹지 않거나 적게 먹고도 살 수 있는 법

 

예나지금이나 몸에 해로운 독소는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더구나 요즘같이 인공 화학물질이 각양각색으로 음식물에 첨가되는 시대에는 알게 모르게 독소가 몸에 축적되게 되니, 몸속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방법이 간절하게 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곧 음식물을 일정기간 먹지 않는 단식이랄 수 있는 벽곡(辟穀)이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가! 일체의 곡식으로 만든 식사를 하지 않는 게 벽곡이다. 이의 역사 역시 복기법이 형성된 전국시대 전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도가 수행법 중에서 보편적이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게 벽곡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먹는 오곡(五穀)을 먹지 않으니 흔히 단곡(斷穀) 혹은 절곡(絶穀)이라고도 하며 요즘 용어로 단식(斷食)이나 금식(禁食)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수비결 중의 하나인 소식(小食)에 대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있는 편이다.

 

벽곡법은 하루 이틀에서 수십일 혹은 수개월, 더 나아가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일체의 음식물을 먹지 않는 고도의 방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필요이상의 과다섭취는 장내에서 유해물질인 독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독소는 기체상태의 이산화탄소, 액체상태의 땀이나 오줌, 고체상태의 변으로 존재하는데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면 인체의 다양한 질병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도가경전인 『太平經태평경』에서는 “소식을 근본으로 하여야 진실로 정신이 맑고 양호해지며 똥과 같은 찌꺼기는 기를 탁하게 한다.”고 했으며, 선진시대의 의례를 정리한 『大戴禮記대대례기·易本命역본명』에서는 “고기를 먹는 사람은 용감하나 사나워지기 쉽고, 오곡을 먹는 자는 지혜롭기는 하나 약삭빠르게 되고, 기를 복식하는 자는 신이 밝아져 장수하고, 먹지않는 자는 신이 죽지 않는다.”고 하여 벽곡의 유용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벽곡이 당신에게는 허황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도가경전이나 사서 등을 살펴보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이를 행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요즘 시대에도 먹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의심이 든다면 인터넷에서 ‘먹지 않고 사는 사람들, 혹은 독립영양인간’으로 검색해 보라. 아마도 당신은 전 세계적으로 들어난 숫자에 입이 떡 벌어지며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수 년 동안 밥 한 공기 분량을 아침저녁으로 들다가 요즘에는 저녁 한 끼만을 먹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단식, 그러면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특정 주를 택해 3-4일 정도를 물만 마시면서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체중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입에서 항문까지 약 7-9m의 인체의 소화배출기관을 통해 흡수 배설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여러 가지 독소가 몸에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적체되면 질병을 유발한다. 간에 쌓인 독소는 지방간, 간염, 소화 불량, 만성피로 증상을 유발하며 대장에 쌓인 독소는 만성 변비, 과민성 대장증상, 설사, 두통을, 혈액에 쌓인 독소는 뇌경색, 노인성 치매, 심근 경색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그래서 요즘 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디톡스(Detox)의 방법으로 단식 및 금식요법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들은 인위적인 강제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그러나 벽곡은 복기를 통해 몸 안에 기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자연스럽게 곡기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신에 무리를 가하지는 않는다.

 

잠의 마법은 이러한 복기와 벽곡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이미지 트레이닝의 일종인 존사(存思)법을 통해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도 있으며, 자신의 지적능력 및 삶의 지혜를 계발하고자 하는 심신수양법이다. 이는 몸과 호흡, 그리고 마음 다스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늘 ‘시간 없음’에 허덕이고 ‘수련장소’를 찾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당신 안방의 편안한 저녁 잠자리에서 매일 밤 행할 수 있으니, 바쁜 현대인에겐 적당한 자기 계발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