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 지나간 뒤 나팔 불듯, 차 떠난 후 손 흔들듯, 매사에 그렇
게 살고 있는 듯하여 고치려고 해도 영 고쳐지지 않는 이 버릇
은, 나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억지 위로
도 하며산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가 깍이고 괴벽이 사라져 두루뭉수리가
된다는 뜻일 듯, 인간사 모든 것은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동시
에 갖게 되는 것이지, 다 좋거나 다 나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느끼
게 되면서, 나의 뒷북치기 버릇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듯도 하
나, 어쩐지 내 못난 버릇이란 생각은 버릴 수 없다.
나는 거의 모든 유행에서 언제나 뒷북치기이다. 그 한때 그렇듯
요란스레 유행이던 미니스커트도, 남들이 미니를 버 때쯤에야 나
는 비로소 그런 옷을 입었다. 길바닥을 쓸고 다니던 판타롱 바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지고 쓰는 소지품이나 가
재도구, 헤어스타일 등 모든 것이 그러했다. 물론 이제는 그런 것
엔 거의 신경이 않써질 만큼 배짱도 무감각도 수준급이 되어서
, 내게 편한 대로, 내 좋아하는 식으로 살고 있지만, 뒷북치기가
인간관계일 때는 나에겐 아직도 고통이고 상처로 오래오래 아파
진다.
--- 유안진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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